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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김혜진 작가의 장편소설, '9번의 일'. 그리고 인생은 계속 'play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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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공은 통신회사 현장팀에서 26년간 일을 하며 수리와 설치, 보수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성과를 많이 내지 못하는 직원으로 분류되어, 회사는 그에게 지속적인 교육을 듣게 한다.(교육에서 자존감을 떨어트리는 말을 한다). 또한 나이가 한참 어린 부장이 대놓고 퇴사를 권하는 등, 회사는 그를 내쫓고 싶어한다. 회사입장에서 다 사용한 부품일 뿐인 그는, 퇴사를 거부한다.

 

2. 회사는 그를 타 지역 상품판매 부서로 발령을 낸다. 팔 곳이 거의 없는 곳으로. 유배지와 같은 곳을 두군데 떠돌면서도 그는 버틴다. 책에서는 점점 무엇을 해야할 지몰랐다, 알 수 없고 힘이 빠졌다 같은 표현들이 많이 등장한다. 회사의 일방적인 보직변경에 그는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잃어가면서도 퇴사는 하지않는다. 

 

 

3. 마지막으로 그는 송전탐을 설치하는 일을 맡게 된다. 하청업체 소속으로 현장일을 마치면 본사로 복귀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한다. 78구역 1조 9번. 그의 소속과 번호였다. 그는 집착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한다. 마을에 송전탑이 들어오는 것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에도 꿈쩍하지 않고 작업을 착실하게 진행한다. 작업이 거의 완성되어 갈 때 즈음, 아들의 대학 합격 소식을 듣게 된다. 그는 송전탑에 올라가 구조물을 하나하나 붕괴시킨다. 그리고 소설은 끝이난다. 

 

4. 그에게 일이란 무엇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먼저 들었다.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는 것 이상의 그의 삶 자체이지 않았을까. 퇴사는 자신이 부정당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맹목적으로 버틴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비텨서 아무것도 남는 것은 없었고, 그 허무함이 마지막 탑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표현된 것 같았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존중이었다. 다른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아니면 충분히 자신을 기댈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배려가 필요하다. 평생 같은 일을 하며 충성한 직원에게 감사는 못할 망정 망가진 부품다루듯 하다니. 마음이 답답했다. 그리고 "9번의 일"이라는 소설과 꼭 비슷한 다큐멘터리 play on이 생각났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1494

 

플레이온

라디오 DJ로 변신한 SK브로드밴드 설치, 수리 하청 노동자들. 정규직 전환을 위한 파업 소식을 알리기 ...

movie.naver.com

5. play on은 인디다큐페스티벌에 2017년 관객상을 받은 작품이다. SK브로드밴드 설치, 수리 하청업체 직원들은 정규직 전환을 위한 파업을 진행하고, 이러한 일들을 알리기 위해 지역라디오에서 라디오 방송을 진행한다. 결국 정규직전환에 성공하지만 월급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러한 과정에서 직원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도중에 퇴사하는 직원에대한 사연들이 나온다. 내용은 무겁지만 참 밝아서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소설을 읽으며 등장하는 인물을의 면면이 참 이 다큐에 나오는 등장인물들과 닮았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과적으로 이건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6. 모두가 '일' 에서의 역할 아니라 '나' 로서 존중받는 사회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일' 로써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회사는 존중과 배려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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